저는 몇 년 전 꽤 달렸습니다. 푹 빠져서 열심히 했던 건 중 하나가 달리기 입니다.
스트로크 stroke 가 무슨 뜻인지 찾아봤습니다.
"왕복 운동 기관에서, 피스톤이 실린더 안의 한 끝에서 다른 끝까지 움직이는 동작. 또는 그런 거리"
많은 운동에서 스트로크가 있습니다.
골프나 당구에서는 한번의 "타" 가 스트로크 일 것이고 수영에서는 팔을 한번 휘젓는 것이 스트로크 일 것입니다. 달리기라는 운동은 아주 작은 스트로크의 연속입니다. 모든 운동이 마찬가지겠지만 달리기 역시 기본 중의 기본인 스트로크 하나하나를 깊이 생각을 하고 해야합니다. 하지만 몸이 그것을 기억하게되면 생각할 여유가 많고 무엇보다 혼자서 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누군가와 대화를 하지도 못합니다.
골프나 당구는 스트로크의 크기는 아주 크고 횟수는 아주 적습니다. 그리고 파트너와 대화하기 너무 좋은 운동입니다. 축구나 테니스, 탁구 같은 운동은 스트로크의 크기가 크기도 하고 횟수도 많습니다. 그리고 상대를 이겨야 하는 목적이 있기 때문에 상대와 대화를 하는게 예의에도 어긋날 것입니다. 겐세이라는 작전을 펴는게 아니라면 말이죠.
맨 처음에는 자전거를 탔었습니다. 동호회 활동을 하며 언덕을 오르고 장비에 수백 수천만원을 들이는 그런 건 하지 않았습니다. 스무살 중반 때 친구와 땅끝마을을 한번 갔다온 적이 있네요. 저는 뭔가 시작해서 아주 오래 내 체력의 한계를 시험해 본다거나 하는 것을 즐겨했었던 것 같습니다. 체육인이 아니니 폭발적인 힘으로 아주 빠르게 달리진 못해도 천천히 오래 아주 아주 오래 무언가를 하는 것이 취향에 맞았나 봅니다. 그렇게 자전거를 타면서 서울의 한강의 매력을 알게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보배 중의 보배는 한강과 제주도 라고 생각합니다.
자전거에 어느 순간 재미를 느끼지 못하게 됐고, 다이어트도 할 겸 걷기 시작했습니다. 운이 좋게도 그때는 한강 근처에 살고 있었습니다. 집에서 나와서 한시간을 걸었고, 타이머에서 삐빅 하면 다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두시간을 걸으면 무릎이 살짝 짜릿짜릿 합니다. 며칠을 걸었고 천천히 뛰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달리기를 취미로 시작해봐야지" 하고 시작한게 아니라 어쩌다 보니 달리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요즈음 왠만한 취미생활을 시작하려면 초기 비용이 듭니다. 뭐라도 할라치면 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달리기는 맨몸만 있으면 됩니다. 진짜 맨몸만 있어도 되는 것을 수영입니다. 맞습니다. 달리기 보다 몸에 걸치는 것이 더 적기 때문에 돈이 들지 않습니다. 그런데 수영은 수영장이 있어야 하고 수영장 이용료가 몇천원 듭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수영장이 많이 없고 정해진 시간만 사용해야하고 대부분의 수영장은 25m 레인입니다. 시립수영장 쯤은 되어야 50m 레인이 있습니다. 수영은 조금 제약사항이 있습니다.
달리기는 길만 있으면 되니 제약사항이 더 낮습니다. 요샌 시티런 이라고 하는 것도 있다고 합니다. 도심의 신호등도 러닝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조금만 달리기를 하다보면 돈이 조금 들어가긴 합니다. 돈이 들어가는 물건으로는 운동복과 운동화, 시계가 있습니다. 시계가 있어야 달리기의 재미가 배가 됩니다. GPS기능이 있는 시계로 어플과 연동해서 내가 달린 루트와 거리 등을 모니터링 할 수 있습니다. 그날 신었던 신발을 지정하면 그 신발을 신고 총 몇km를 달렸는지 알 수 있습니다.
수년 전 한창 달리기를 할 때 샀던 신발이 있는데 지금 확인해보니 1300km 를 달렸더라고요. 운동화에도 수명이 있다던데...
아무튼 신발을 새로 하나 샀습니다. 예전에 신었던 아식스 젤카야노24를 사고 싶었는데 알고보니 뒤에 숫자가 업그레이드 버전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정확하지 않습니다) 각 버전마다 미세한 속성변화가 있긴 한거 같습니다. 이전에 신던 젤카야노24는 칙칙한 회색이었는데 이번엔 이쁘게 색깔도 들어간 놈으로 샀습니다.
새 신은 늘 기분이 좋습니다. 찬찬히 다시 달려보려고 예전 달리기의 기억을 끄집어 내 보았습니다. 달리기에 대해서 많은 포스팅을 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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