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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퇴근길 서태지

오늘 좀 일찍 퇴근했습니다. 좀 여유로운 퇴근길 마침 길도 막히지 않네요. 조용히 차 안에서 음악을 듣다가 문득 차의 좋은 스피커로 듣고 싶은 음악이 떠올랐어요. 전 늦깍이 서태지 팬입니다. 서태지 심포니 콘서트에서 부른 'heffy end'를 유튜브에서 검색했어요. 아내의 심부름으로 당근을 가는 길에 볼륨을 높여서 음악을 들었습니다.
가사 내용과는 상반되게 장조의 밝은 분위기의 노래입니다. 맨 처음 트럼팻 연주 부분부터 소름이 쫙 돋는데 오케스트라 협연을 위해 만든 노래라고 생각될 정도로 심포니 콘서트에 잘 어울리는 노래입니다.
heffy end의 heffy 는 속어로 '아무 이유 없이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귀찮게 하는 사람' 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두번째 곡은 역시 서태지 심포니의  'take one'
이건 콘서트 맨 첫곡인데요. 서태지 심포니 콘서트는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로서도 다소 생소한 포맷의 콘서트였어요.
'락밴드가 클래식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한다고?'
이런 약간의 의문을 해소해주기 위해 일부러 맨 처음 넣은 곡인 것 같습니다. 클래식 악기의 연주부터 잔잔하게 시작합니다. 각 악기의 음색으로 연주가 이루어지는데 take one 음악을 연상할 수 있지만 실제 멜로디는 철저히 숨겨진 멜로디로 중반부를 지납니다. 음악은 약 13분으로 아주 길어요. 충분히 오케스트라 악기의 음색을 들려주며 "이 콘서트는 이런 식으로 이루어질 거다" 라고 알려주는 듯한 느낌입니다. 서서히 긴장에 긴장을 더 하다가 절정에서 드럼과 일렉기타가 등장하면서 폭발하며 우리가 알고있는 take one 멜로디가 펼쳐져요. 감동의 쓰나미가 몰려옵니다. 저는 오디오에 대해선 하나도 모르지만 스피커가 좋다고 하니까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
그렇게 여운을 느낄 때 쯤, 당근 목적지에 도착해서 제법 큰 짐을 싣고 집에 왔습니다.
다른 락밴드의 음악도 마찬가지겠지만, 가끔 서태지 음악을 크게 들으면 마치 애플 에어팟 광고처럼 거리에 다른 사람과 나의 분위기가 순간적으로 분리되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다른 사람은 삭막한 일상을 걷지만 나 혼자만 가슴이 뻥 뚫려서 자유로움을 느끼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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