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광교호수공원의 원천호수를 한바퀴 돌면서 풍경을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신대호수가 동네주민들을 위한 운동코스 분위기라면 원천호수는 여의도한강공원, 반포한강공원 같은 분위기 입니다. 한강공원이라고 글을 쓰면서 저는 이미 가을밤 반포 한강공원 미니스탑 앞 간이 테이블에 앉아서 컵라면을 한그릇 먹고 있는 상상을 하고 있습니다.
그때 얘기를 잠깐 해보면, 한창 달리기를 열심히 할 때 였습니다. 한강공원에서 여의나루역 미니스탑까지 약 20km정도 거리였습니다. 그땐 그랬습니다. 퇴근하고 그 정도 거리도 가뿐하게 뛰고 그랬습니다. 기억이 새록새록 나면서 허벅지 근육이 짜릿짜릿해지네요. 가을 밤 심심한 친구 하나와 마음이 맞아서 그 친구는 자전거를 타고 오고 저는 달려서 여의도 미니스탑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땐 예상시간도 거의 정확해서 약 한시간 반정도 전에 출발했습니다. 그렇게 미니스탑 앞에서 만나서 컵라면을 한그릇과 포카리스웨트를 먹으며 근황토크를 빠르게 하고 각자 집으로 돌아갔었습니다. 가을 밤 한강공원은 그런 곳입니다. 올때는 따릉이를 타고 왔던 기억이 선명하네요.
원천호수 한바퀴를 돌면 한강공원의 이미지와 겹쳐서 참 좋습니다.
이번에도 아침에 한번, 밤에 한번 달리기를 했습니다. 신대호수는 낮에 달려야 더 좋고 원천호수는 밤에 달려야 더 좋습니다. 사진을 찍어볼 생각으로 밤에 한번 더 달렸습니다.
먼저 주차장 정보를 알려드리면, 광교호수공원 주변 공영주차장은 모두 가격이 매우 저렴합니다.
저는 주말 아침이나 평일 밤 늦게 이용하기 때문에 늘 텅텅비어있습니다. 그런데 주말 낮, 저녁 시간에는 아마 주차장이 가득 차 있을 것같습니다. 체육센터 앞에 주차를 하고 원천호수로 가는 거리는 오르막을 올라야해서 가벼운 산책을 위해서는 아예 원천호수 주차장에 주차를 해야합니다.
달리기를 시작합니다. 아침 달리기를 할때 안개가 자욱하면 처음에는 뭔가 힘이 나질 않습니다. 그저 선선한 분위기에 출발을 합니다. 아주 아침이기 때문에 정신도 몽롱합니다. 달린지 한 5분정도 워밍업이 되고 나면 호흡소리도 커지고 본격적으로 달리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신대호수와 원천호수 사이를 이어주는 길은 언덕길입니다. 언덕을 너머 내리막길을 내려오면 원천호수가 시작됩니다. 역시 반시계방향으로 돌기위해 우회전을 해서 진입을 합니다.
원천호수 주변으로는 높은 아파트가 많이 보입니다. 신대호수 주변에도 역시 아파트가 많은데 거긴 나무와 언덕으로 아파트들이 가려져있어서 바로 보이지 않는데 원천호수는 바로 보입니다. 장단점이 있는데, 그래서 밤에 보면 야경이 아주 멋집니다.
아침 안개에 뿌연 고층 아파트는 그리 예쁘지 않습니다. 그래서 원천호수는 밤에 보는게 좋습니다. 그저 달리미로서 아침 안개는 호흡소리 듣기 좋은 분위기 입니다. 이른 아침이라 주변에 사람도 없고 발자국 소리와 호흡 소리만 가득한 분위기에 취할 수 있습니다. 이 새벽을 나혼자만 즐기다는 느낌이 들때면 어김없이 나이 지긋하신 아주머니가 산책로 가에서 밤을 줍습니다. 나 혼자만 이 새벽을 즐기는게 아닙니다.
밤의 원천호수는 화려한 고층빌딩의 조명이 잔잔한 호수에 비쳐서 위아래 대칭으로 장관을 이룹니다. 호수 한바퀴 도는 내내 장관이 끊이질 않습니다.
호흡소리에 취해서 달리다 보면 풍경을 놓치기 쉽습니다. 광호공을 여러번 와서 달리기를 하면서 한참 뒤에 이런 풍경을 알게되었습니다. 달리기를 하다보면 음악소리, 호흡소리, 발자국 소리에 잠시 무아지경이 되고 주변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속도를 높이면 더 그렇습니다. 가끔 달리기에 집중하지 않고 달리다 걷기를 반복하면서 주변을 보면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반대편에서 시작점 위치에 프라이부르크 전망대가 보입니다. 프라이부르크(Freiburg)는 독일의 친환경도시인데 수원시와 자매결연 도시라고 합니다. 그 도시의 전망대를 모티브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아래 구글에서 검색해본 실제 그 도시의 전망대 모습입니다. aussichtsturm 이 전망대라는 뜻인데 발음이 "아우스이치트룸" 이네요. 정확하진 않습니다. 독일어는 왠지 멋있어 보이네요.
지난 번에도 젤다 얘기를 했는데 호수 반대편에서 안개에 뿌옇게 보이는 전망대가 마치 "젤다의 전설 : 야생의 숨결" 에 나오는 탑을 보는 것 같습니다. 야숨을 해본 사람은 단박에 알아차릴 것입니다. 계속 뭔가 판타지 속에 있는 기분입니다.
아침에 전망대와 같은 위치에서 밤에 사진을 찍었는데 이날 따라 달이 엄청 밝았습니다. 추석 연휴 중이라서 그렇습니다. 멀리서도 가까이서도 존재감을 뿜뿜 드러내는 광호공의 전망대였습니다.
밤의 원천호수는 이렇게 아름답습니다. 이제 하이라이트가 남았습니다. 주상복합 건물인지 모르겠습니다. 주로 가 1층에 카페와 맥주집이 있습니다. 달리기를 하는 도중에 이런게 나오면 너무 힘이 듭니다. 호흡소리, 발자국 소리 이런 건 다 사라져 버립니다. 더운 여름에 달리다가 여기를 지나갈라치면 맥주한잔이 머리 속을 빙빙 맴돕니다.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내일 여기서 맥주한잔을 할까? 생각이 몽글몽글 떠오르지만 저녁에 맥주를 먹은 적은 한번도 없네요. 맥주집이라는게 집 앞에 있어야 의미가 있지요.
다른 분위기로 만약 연인과 데이트 코스라면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분위기는 너무 좋습니다.
조명이 너무 화려해서 가까이서 보니 맥주집이더라고요. 압구정 갤러리아 백화점을 모티브로 만들었는지 많은 카페와 맥주집 중에서 시선집중은 단연코 1등이었습니다.
주로 옆으로 나무 데크로 산책로를 만들어놨는데 X자로 연속으로 교차됩니다. 아침에는 그저그런데 밤에는 조명이 나와서 아주 멋집니다. 조명 색깔이 계속 바뀝니다.
어린이 물놀이 공원도 있습니다. 물놀이 공원이 뭔지 최근에 알았습니다. 수영장은 풍덩풍덩 물에서 노는 곳이라면, 물놀이 공원은 참방참방 하고, 분수가 있습니다. 수영장 만큼 물이 깊지 않으니 안전사고도 덜하고 여름에 아이들에게는 완전 초특급 놀이터입니다. 한번 와봤는데 아이들이 아주 환장합니다. 작년에 제가 왔을 때는 가운데 저런 조형물이 없었는데 매년 뭔가 새롭게 단장을 하는 모양입니다. 밤에 다시 와서 보니 아이언맨 힘의 원동력 아크 원자로 더라고요.
광호공을 잘 만든게 색깔이 완전 다른 두 개의 호수와 호수 주변으로 전망대와 여러 개의 작은 테마공원이 있고 카페, 술집 등 상업시설이 끊임없이 있습니다. 크기도 커서 한쪽은 북적북적하고 다른 쪽은 아주 조용합니다. 운동을 하러 오는 사람에게도, 데이트를 하러 온 연인들에게도, 산책나온 동네 주민에게도 심심할 틈을 주지 않는 공원입니다.
대한민국에 제주도가 있고, 서울에 한강이 있다면, 수원에는 광교호수공원이 있습니다.
광교호수공원의 두 호수, 신대호수와 원천호수를 한바퀴 돌며 낮과 밤의 분위기를 비교하며 소개를 해보았습니다. 달리기를 하면서 이런 풍경이 매번 새롭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큰 주로 외에 샛길도 아주 많습니다. 샛길로 들어가면 아주 산길이 나오기도 하고 우회길이 나오기도 합니다. 달리기를 하다가 샛길이 보여서 저길로 가면 뭐가 나올까 궁금해서 일부러 한번 가보기도 했는데 길길마다 새롭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샛길도 하나하나 글로 남겨보면 좋을 것 같네요. 이것으로 광호공의 달리기 주로 소개를 마치겠습니다.
또 다른 좋은 달리기 주로 이야기를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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