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 때, 그때는 국민학교때 였어요. 방학 때 수영 강습을 해본 기억이 어렴풋이 있는데 잘 기억나지 않아요. 여름방학 때 수영장에 가서 참방참방 물안경을 끼고 잠수도 하고 그냥 그렇게 놀았었죠. 그땐 수영 영법, 강습 이런 개념이 없었어요.
그러다가 고등학교에 갔는데 학교에 수영장이 있었어요. 중고등학교가 붙어있는 학교인데 가운데 수영장이 있어서 그 중학교, 고등학교 입학을 하면 1학년 1학기 기말고사 체육 실습이 수영이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체육선생님이 생각이 좀 있는 사람이었어요. "너희들이 지금 자전거를 탈 수 있을 텐데 지금부터 한 50년 동안 자전거를 한번도 타지 않는다는 가정을 하고 나이가 한 60살 쯤 되었을 때, 그 때 처음 자전거를 타면 과연 자전거를 탈 수 있을까? 없을까?"
라는 질문을 했어요. 우리 대부분은 "탈수있다" 라고 속으로 되뇌었던걸로 기억해요.
"너희들이 지금 수영을 배우는게 평생 운동으로써 의미가 있다."
라는 얘기를 해주셨어요.
수영 수업은 자유형이 아니라 평영이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도 신의 한수였죠. '생존수영!' 암튼 그렇게 평영을 할 수 있게 됐어요. 그때 과장을 조금 보태서 "평영이라면 하루종일 수영을 할 수 있겠다" 고 생각을 했어요. 그 만큼 힘을 들이지 않고 물에 떠서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는거죠. 즉, 생존 수영을 할 수 있는 거였어요. 차씨성의 선생님이었어요. 코수염이 있었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몸이 호리호리 마른 몸에 역삼각형 근육질이었어요. 새삼 그 선생님께 지금 제가 수영이라는 취미를 가지게 된데 대해서 고마움을 느낍니다.
그 이후로는 여름에 한번쯤 수영장을 가면 물놀이를 하다가도 한번씩 평영으로 수영을 하기도 했어요. 자유형은 한번도 배워본 적은 없지만 TV등에서 자유형 수영을 하는 것을 보면 사실 동작 자체는 자연스럽잖아요. 일단 나는 평영을 할 수 있으니 물에서 헤엄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고 눈으로만 봤던 자유형 동작을 해보고 숨이 안 쉬어지면 평영으로 바꾸고 이걸 반복하면서 자유형을 따라했던 것 같아요. 머 그렇게 자유형으로 숨은 쉴 수 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세는 물론 엉망이었겠죠.
그렇게 또 시간이 흘러 직장을 다니고 취미로 수영을 해보자 생각했어요. 사실 운동에 돈 쓰는걸 별로 안 좋아하지만 수영이 자세 운동이라는 생각은 가지고 있어서 언젠가 한번은 강습을 해야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수영 강습을 처음 받았어요. 한 2개월정도 짧게 하면서 물을 잡진 못하지만 물잡기 팔 동작과 어색하지만 리커버리 할 때 하이엘보, 글라이딩 등 신경써야할 자세 포인트들이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어요. 평영 자세도 그때 좀 더 다듬었어요. 배영과 접영도 배웠는데, 이상하게 아직도 배영과 접영은 썩 재미가 없더라고요.
강습을 하면서 25m 풀을 한번 가면 숨이 숨이 ... 죽을 것 같더라고요. 죽을똥말똥하며 25미터 가서 쉬고 또 25미터 가서 쉬고를 반복하며 숨을 몰아쉬고 있는데, 그때 눈에 띈 할아버지 할머니의 무한 자유형 뺑뺑이! 그때 느낀 감정은 경외로움이었어요.
유튜브 등으로 자세에 대해서 좀 더 연구했고 자유수영을 이리 저리 해보면서 조금씩 나아졌는데 잘 나가는 것 같으면서도 숨차는건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25미터 가서 쉬고 또 25미터 와서 쉬고를 반복하다가 25미터 왕복을 한번 해보기도 하고 그러다가 발차기를 할 때 힘이 든다는걸 알게됐어요. 발차기를 2비트 킥으로 해보니까 숨이 너무 편한거에요. 그렇게 왕복 2회도 해보고 수영에 재미를 붙였습니다.
사실 그때 달리기도 취미로 하고 있었어요. 달리기 커뮤니티 안에서 수영 소모임이 있었는데, 가끔 참여해서 재미있게 수영을 했습니다. 그때 50m 풀에도 처음 가봤어요. 25미터 왕복 보다 50미터 한번이 더 힘들더라고요. 가도가도 끝이 없는 걸 느껴보기도 했어요. 거기서 수영 고수에게 자세 교정을 받기도 했어요. 훨씬 자세가 좀 더 좋아졌고 2비트 킥으로는 왕복도 좀 할 수 있게 됐어요. 그때 가르쳐주셨던 분은 6비트킥으로도 쉬지않고 왕복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속도도 빠르고 숨도 저보다 안 차고요.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냐고 물어보니. 숨이 트여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숨이 트인다" 라는게 있다는걸 알게 되었고, 사실 아직도 그게 뭔지 몰라요.
턴 동작은 의도적으로 배우지 않았어요. 제대로 배우지 않은 상태에서 혼자서 연구하기에는 좀 복잡하더라고요. 그래서 잘못된 자세로 굳어질까봐 일부러 턴동작은 하지 않고 그냥 벽잡고 어색하게 턴을 하고 있어요.
25m 풀에서는 벽차기를 세게 하면 실제 수영 비중이 줄어들어서 벽차기도 일부러 세게 안 하기도 했어요. 그렇게 25m 풀에서 안 쉬고 1km 를 하기도 했습니다. 뿌듯했답니다.
그 수영 소모임에서 잊지 못할 기억도 있는데요. 여러가지 운동을 하던 분이었는데 한강 건너는걸 같이 하자고 해서 주말 아침에 잠실 대교 근처에서 한강 왕복을 해보기도 했어요. 그거 한다고 수트를 사기도 했었네요. 그때 한번 입고 고이 모셔두고 있지만요. 수영 하는 사람 치고도 한강 왕복 해본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ㅋ 수영에 대한 참 좋은 추억입니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흘러 흘러 운동을 하다 안 하다 반복하다가 최근에 또 수영에 꼿혔어요. 달리기를 하러 광교호수공원에 자주 갔는데, 공사중이던 광교복합체육센터가 완공이 됐고 주변 산책로도 정비를 마쳤더라고요. 검색해서 좀 알아보니 자유수영이 너무 싸고 좋더라고요. 새 건물이니 당연히 시설도 깨끗하고요.
몇주 너무 만족하며 다니고 있습니다. 아직도 그때 그 할매할배들의 자유형 무한뺑뺑이는 하지 못하지만 언젠간 숨이 틔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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